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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低유가에 휘청…'제2의 국가부도'위기

파리=이성훈 특파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12-02 10:46

루블화 장중 9% 폭락… 16년전 외환위기 후 최대
프랑스계 은행‘소시에테 제네랄’의 러시아 자회사인 로스방크는 최근 외환(外換) 창구에 ‘고객당최대 1000달러(약 110만원)까지’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오스트리아계 은행 라이파이젠방크도 환전 상한액을 10만루블(약 217만원)로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최근 루블화(貨) 가치 폭락으로 미리 달러를 사겠다는 고객들이 은행으로 몰려들자, 은행 자체적으로 외환거래 제한에 나선 것이다.

1일 러시아 외환시장에서 루블화는 장중 9% 가까이 폭락했다.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최대 낙폭이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긴급 개입해 전날보다 약 3% 하락한 달러당 51.05루블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러시아가 16년 만에 외환 위기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경제 위기는 유가(油價)와‘패거리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로 지탱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한계가 노출된 것이라는 평가다. 1999년 초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2000년 푸틴 집권 후 40달러 이상으로 상승하고, 2008년에는 140달러이상까지 치솟았다. 에너지 산업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한다. 푸틴은 고유가의 혜택을 누리며 2000~2008년 1기 집권 때 연간 5~10% 고성장을 달성했다. 푸틴은 에너지기업과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지역과 연줄로 얽힌 소위‘푸틴의 아이들’이라고 불리는 패거리를 형성했다.

푸틴의 ‘패거리 자본주의’는 지난 3월 크림반도 합병 후 시작된 서방의 경제제재로 타격을 받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푸틴 측근의 해외 자산과 금융 거래를 동결하자, 이와 연관된 투자금이 러시아를 빠져나갔다. 서방의 경제제재로 러시아를 빠져나간 자금이 지금까지 400억달러(약 44조원)에 달한다. 지난 2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減産) 합의 실패는 푸틴의 또 다른 버팀목이었던 유가마저 흔들어 놓았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1일 “유가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향후 1년간 1000억달러(11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블화 폭락으로 러시아 외환 위기 가능성이 커지자 러시아 국채금리도 폭등하고 있다. 지난해 초 6.5%대였던 러시아의 10년 만기 채권 금리는 현재 10.7% 선으로 치솟았다. 일반적으로 이 금리가 7%를 넘으면 국가 부도 위험이 큰 것으로 간주한다.

러시아는 1998년 아시아 외환 위기와 저유가로 인한 외환 부족으로 모라토리엄(국가부도)을 선언한 적이 있다. 이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사임하고 푸틴이 등장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푸틴은 우선 서방의 경제제재를 풀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1일 터키를 방문한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우회해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추진 중이던 파이프라인 ‘사우스 스트림’프로젝트를 폐기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대신 터키와 그리스를 관통하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건설할 뜻을 밝혔다. 외신은 “푸틴이 서방의 경제제재를 풀기 위해 터키를 지렛대로 EU를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리=이성훈 특파원



▲크림반도 타타르족이 1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이날 터키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을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한 포스터가 보인다. 크림반도 내 소수 민족인 타타르족은 지난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강제로 합병하면서 반(反)러시아 성향이 더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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